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2월 1일부터 18일까지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끈 독일의 거장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대표작 10편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진행합니다. 1945년 5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나치 독일이 항복한 달에 태어난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는 24세에 첫 장편 영화를 만들며 1982년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13년의 짧은 시간동안 40여 편의 많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파스빈더는 “아버지 영화는 죽었다”라고 주창한 오버하우젠 선언을 모태로 나치 독일 역사의 자기반성과 함께 할리우드 오락 영화에 잠식된 기존 독일 영화에 반기를 들며 등장한 뉴 저먼 시네마의 선두에서 빔 밴더스, 베르너 헤어조크와 같은 감독들과 변혁을 이끌었습니다. 파스빈더는 독일의 역사와 전후 독일 사회와 경제, 인종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멜로드라마라는 대중의 장르를 빌어 냉소하고 비판하는 낭만적 아나키스트였으며 그의 영화만큼이나 체제 반항적인 삶을 산 괴짜였고 창작에 대한 강박 속에서 맹렬하게 작품을 쏟아내다 요절한 천재였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파스빈더의 10여 년의 필모그래피를 차근히 따라가 볼 예정입니다. 연극 연출가이기도 했던 파스빈더가 자신의 동명 연극을 영화로 만들었으며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영향이 느껴지는 초기작 <카젤마허>(1969)부터 영화 제작에 관한 메타 영화 <성스러운 창녀를 주목하라>(1971), 사랑이 사회적 억압에 있어 가장 훌륭하고 가장 교활하며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 이야기한 그가 평생 침잠한 주제 ‘감정의 착취’가 담긴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1971)을 상영합니다. 파스빈더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한 <사계절의 상인>(1972), 2부작 TV 시리즈로 1970년대 미학으로 완성된 파스빈더의 유일한 SF <선 위의 세상>(1973)과 함께 파스빈더의 미학이 응집된 그의 대표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1974)도 만나봅니다. 1970년대 독일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여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퀴스터스 부인의 천국 여행>(1975), 동성애 모티프로 당시 비난과 논란을 받았던 <폭스와 그의 친구들>(1975), 한정된 공간에서 쉼 없이 움직이는 카메라로 미장센의 정점을 보여주는 <중국식 룰렛>(1976), 독일 사회 속 억압받는 여성을 그린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1979)까지 대표작 10편을 통해 그의 짧지만 강렬한 영화 인생을 따라가 봅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는 “나는 나의 영화로 집을 짓고 싶다. 몇몇 영화는 천장, 일부는 벽이 되며 또 어떤 영화들은 창문이 된다. 언젠가 그것이 하나의 집이 되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평생 영화를 집착적으로 사랑했고 자신을 착취하는 방식으로까지 영화에 매진하면서 뉴 저먼 시네마뿐만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되어 유산을 남긴 파스빈더. 아트하우스 모모에 지어진 파스빈더의 천장, 벽, 창문이 된 집을 만나며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